[일상] 미국 세무사(USEA) 1차 개인세법 시험 후기

미국 세무사(US Enrolled Agent)는 미국 내 50개 주에서 세무보고, 피감사 대리, 조세소송 대리 등의 직무를 볼 수 있도록 미국 국세청에서 공인하는 자격증입니다. 시험은 1차 개인세법, 2차 법인세법, 3차 윤리규정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국 세무사 시험의 난이도에 비하면 매우 쉽습니다. 한국 세무사에 비해 조세소송 대리와 같은 더욱 많은 권한을 가짐에도 시험은 더욱 쉽다는 점에서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지만, 제가 시험 보는 입장이니 그러려니하고 넘어갑니다. 

아무튼, 얼마전에 미국 세무사 1차 시험을 치르고 왔습니다. 제 기억을 위해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이것저것 글로 써봅니다. 정말 우연히 나무위키 페이지를 보고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초에 아무 생각없이 나무위키에 ‘세무사’를 검색하고 내용을 읽는데, 미국 세무사에 관한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미국도 세무사가 있다는게 신기했는데, 시험 내용도 간단해보이고 할만할 것 같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 준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 얼른 마음을 접고 조기에 때려쳤어야 했다는 후회를 종종 해보기도 합니다.

사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는데요. 제가 지금 19살인데, 올해 안으로 시험을 통과하면 10대에 ‘전문직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항상 남들보다 앞서나가야한다는 강박이지만, 무언가를 공부해보는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KAPLI 학원의 온라인 강의와 교재를 바탕으로 인강을 들으며 시험 공부를 했습니다. 제가 수강한 코스는 EA 종합반이였고, 가격은 $650 정도였습니다. 저는 교재를 2회독하고선 시험 문제를 풀고, 다시 오답을 체크하며 중요한 내용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1차 시험은 개인세법에 관한 내용인 만큼, 다양한 현실 사례를 바탕으로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면서 암기하다보면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론 감가상각분 재인식(Depreciation recapture)과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들도 있지만, 이러한 부분은 특별히 표시해두고 암기를 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TCJA tax reform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율을 낮추고 조세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미명하에, 근 30년만에 최대 규모의 세제개혁인 TCJA(Tax Cut and Jobs Act)를 단행했는데요. 이 제도가 반영된 내용을 하필이면 제가 시험을 치루는 시점부터 새롭게 적용하기로 정해졌습니다. 기존에 시험과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 다수 적용되는 만큼,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일일히 웹사이트에서 TCJA 이후 변동된 사안들에 대해 검색해보면서, 제가 배웠던 내용들과 대조해보며 공부했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는 변동된 부분들이 엄청나게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척만 많이 했습니다. 역시 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서야 미친듯이 공부를 했죠. 결국에 전날 밤에도 온라인으로 문제를 풀면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먼저 시험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 있는 프로메트릭(Prometric) 센터에서 봤습니다. 프로메트릭은 ETS에서 운영하는 기관인데요. 개인적으로 토플 보면서 ETS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지라, 많은걸 바라지 않고 갔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시험 환경이 좋더라고요. 잘 정리되어 있는 공간에서 상태가 좋은 PC로 시험을 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많은 내용이 나와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레딧에서 본 시험 후기 내용들 을 바탕로, IRA threshold 관련 계산과 FBAR에 관련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IRA에 관한 세세한 내용을 묻는 질문들이 여러개 출제되어 당황했었습니다. 특히 Saver’s account에 관한 내용은 거의 찍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 독특한 문제도 많이 출제되었습니다. 동성결혼을 한 부부에 합산세금신고 방법과 같이, 최근에 화제가 되고있는 사안과 세무를 결합한 문제도 출제됐습니다. 물론 상식선에서 풀면 맞출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아무튼,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던 시험이었습니다. 최대한 많이 문제를 풀어보고 오답을 통해서 빈틈을 매꿔나가는 공부를 더욱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시험을 합격했습니다. 컴퓨터 기반 시험인 만큼, 시험이 종료되는 즉시 그자리에서 바로 결과를 받아보게 되는데요. Passed라는 단어가 떴을 때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1회차만에 시험에 합격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렇게 합격을 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부터 2차 법인세법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요. 사람들에 의하면 법인세법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1차 시험을 치루면서 얻은 소소한 시험 공부팁들을 바탕으로, 2차도 동차합격으로 통과 해야겠습니다.

[일상] 회계관리 2급 후기

회계관리 2급을 치른지 한달이 지나서야 시험 후기를 올려봅니다. 삼일회계법인이 주최한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시험으로, 재경분야의 실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시험이라 하네요. 사실 그런거 없고, 회계원리 이해도 측정 시험 정도의 수준입니다.

시험을 준비한데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수많은 사업보고서를 접하게 되는데, 대부분 사업 개요 정도만 읽어보고선 PBR이나 ROE같은 투자지표의 정량적인 수치만 확인하고 넘어가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재무제표를 통해서 기업의 현황을 이해하고 해석하기엔 모르는게 너무 많았던거지요. 그래서 회계를 공부하면 기업을 보는 눈이 정확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더해서,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니, 대학을 붙었다는 행복감보다 허탈감이 더 크게 왔습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안하는 것에서 오는 무기력감 같은게 오더라구요. 제가 잘 못 노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은데, 워커홀릭 증세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능력을 증명하려 하다보니깐 단기간에 딸 수 있는 회계관리 2급 자격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플러스 요소라고 한다면, 공군에서 특기 배정을 할때 회계관리나 재경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 회계나 총무 쪽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제 내근직도 더 이상 꿀보직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헌급방보다는 훨씬 나을테니 일단 군 문제의 리스크를 헷지하는 차원에서라도 한번 준비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회계원리 교재부터 사놓고 공부하다가, 12월 말부터 에듀윌 인강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강의료가 3개월에 7만원 정도인데, 90% 이상 수강 이후에도 불합격하면 다음 시험까지 강의를 연장해서 들을 수 있어서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번에 붙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사실 저는 주식 투자를 하면서 재무제표를 대략 읽을줄은 알았던지라 초반에 개념을 잡는건 쉬웠습니다. 물론 그건 시작일 뿐이고, 분개부터는 순전히 반복적인 학습과 암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거래의 8요소를 완전히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어느 계정항목이 차변 또는 대변으로 가야하는지 알아야만 분개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지요. 결국에는 모든 계정항목의 특성을 암기해서 분개를 할때 정확히 적용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케 하는건 반복적인 기출문제 분개 연습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분개에서 재고자산의 평가 부분에서 감모손실이나 평가손실환입을 하는 부분과 대손상각비를 설정하는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깎는 부분이 어려웠는데, 이것도 몇번 샘플 문제를 풀어보니 감이 잡혔습니다.

더해서, 각각의 회계 용어들도 많이 암기해둬야 합니다. 항상 기출문제에 재고자산의 단가 계산이 출제가 되는데, 선입산출이나 후입산출법 같은 용어의 뜻을 모르면 계산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외에도 미착상품, 시송품, 적송품 같이 재고자산의 종류도 자주 나옵니다. 물론 이것도 몇번 보고나니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위에 말한 것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했냐고 묻는다면, 그랬을리가 없지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 번 책에 끄적이다가 잤습니다. 결국에 시험 전날까지 결산 마무리 부분을 진도를 빼고선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가지 헷갈리는 문제들 이외에는 난이도는 평이했습니다. 회계관리 2급은 40문제 4지선다형에 시험 응시시간은 50분이고, 70점을 넘기면 합격입니다. 백석예대에서 시험을 봤는데, 시설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시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초반에는 기출문제에 나온 문제 유형들이 그대로 출제되서 많이 놀랐습니다. 특히 재고자산 단가 산출법은 매년 출제가 되더니, 올해도 선입산출법으로 방식만 바꿔서 물어봤습니다. 다른 문제들도 분개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풀 수 있었던 문제였습니다.

다만, 많이 어려웠던 문제도 몇개 있었습니다. 대부분 자본 부분에서 출제가 됐는데, 신주발행비의 차감 방식이나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현금 배당을 할때 분개하는 방법과 같은 부분에서 많이 헷갈렸습니다. 그리고 자산의 감가상각에서 정률법으로 감가상각하는 문제가 나와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시험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었고, 문제 수가 많아서 배점이 작아 합격은 확정짓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란게 시험을 치고나니 불안한건 사실인지라, 결과를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험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회계에 관한 지식들은 실시간으로 삭제됐습니다. 지금은 이제 계정항목들도 몇개 기억이 안나고, 거래의 8요소조차도 가끔 차대변이 헷갈립니다.


다행히 예상대로 합격을 했습니다. 졸업식 날 광림교회 벤치에 앉아서 연사 듣는동안 결과를 확인했는데, 졸업하는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무언가를 합격하는건 별것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모의고사 풀때는 서너문제 밖에 안틀렸었는데, 이번에는 여섯 문제 정도를 틀려서 총 85점을 받았습니다.

만약 회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3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자격증입니다. 회계원리를 바탕으로 시험을 보는 만큼, 회계에 첫 입문을 하기 좋은 방법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제 회계 자격증을 하나 처음으로 땄는데, 중급이나 고급회계를 공부해서 회계관리 1급과 재경관리사를 자격증을 따야할지는 고민입니다. 회계를 공부하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이게 과연 제 길인가는 아직 고민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일단 보류해두고, 외환전문역 1종이나 US Enrolled Agent 같은 자격증들도 알아보면서 제 관심사를 찾아볼 예정입니다.

[문화] 신경끄기의 기술(마크 맨슨)


겨울방학 중순부터 몸이 급격하게 안좋아졌습니다. 말할 수 없는 가사(家事)가 생기고 난 직후였습니다. 내 자신이 무기력해졌습니다. 내가 생각하던 방학은 전혀 이루워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주변환경 탓을 하고 싶지만, 나는 내가 노력을 안했다는걸 제일 잘 알고있습니다.

나름 공부를 하긴 했지만 남들에 비교하자니 한참 뒤떨어져보였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남이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도 잘 모릅니다. 결국 ‘남’이라는 보이지 않는 상대에 내 자신을 비교하며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내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고, 다른 사람은 다른 길을 가는 것 뿐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을 판단의 준거로 잡을 필요가 없다는걸 <신경끄기의 기술>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제가 걷는 길을 보며 평가해댈 것입니다. 제 학력, 인성, 외모, 사회적 배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왈가왈부 할 것입니다. 그치만 제가 정말로 평가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만 하면 끝입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다보니 남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싫어졌습니다.
이철기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지론인데,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제3자의 얘기를 꺼내면서 평가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움을 줄 생각이 아니라면, 그건 도를 넘은 오지랖이죠.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마치 스토커처럼 남들에 사생활을 찾아보고 입에 올리며 평가합니다. 주변에서 나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관심도 없는 사람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거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적어도 저한테 만큼은 신경 끄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저는 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겠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무언가를 해야지 남들에게 선망받을거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입시시즌에 대해 ‘잘되면 좋겠지만 잘 안풀려도 길은 많아’라는 생각으로 입시를 임하게 됐습니다. 하룻밤 사이이지만 정말 큰 생각의 차이입니다. 아직은 스트레스가 남아있지만, 만사가 싫은 정도는 아니에요. 집중력도 훨씬 좋아졌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서 무기력함을 내쫒고 건강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 있는자리 흩트리기(김동연)

혹시 부족함이 별로 없는 조건 속에 있다면 더 긴장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결핍의 조건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인가를 하려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그렇게 가려는 목표와 지금의 상태와의 차이가 ‘결핍’을 만들어 줄 것이다.

– <있는자리 흐트리기> P. 67

어려운 형편에서 자라, 상업계 고등학교를 통해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주경야독 하면서 행정고시를 패스하여 학력 차별을 이겨내고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리까지 올라간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이야기입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께서 말씀하시는 ‘유쾌한 파란’을 우리 사회에 실천하면서 일으키고 있는,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는 동기부여를 할만한 요소가 없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잘 사는 집안에서 태어난 저로썬 더욱 그랬죠. 그저 내 인생은 그런대로 술술 잘 풀려왔습니다. 무언가 악에 받쳐 일을 일으켜본적도 없었고요. 동기부여를 받을만한 결정적인 결핍이 딱히 없었습니다. 어딘가 모자랄때면 주변에서 알아서 보태서 채워줬습니다.

정말이지 불합리한 환경에서 근성과 노력으로 크는 친구들에게는 미안하고도 부끄러운 얘기기도 합니다. 동기부여를 받을 결핍이 없어서 결핍을 찾아다닌다니, 얼마나 배불러 터진 소리로 들릴까 싶습니다. 저 문구 하나가 내 머리를 강타한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나의 목표와 지금의 상태와의 차이가 결핍이다’라는 부분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목표를 향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도 않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결핍을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부터 해야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