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회계관리 2급 후기

회계관리 2급을 치른지 한달이 지나서야 시험 후기를 올려봅니다. 삼일회계법인이 주최한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시험으로, 재경분야의 실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시험이라 하네요. 사실 그런거 없고, 회계원리 이해도 측정 시험 정도의 수준입니다.

준비했는가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수많은 사업보고서를 접하게 되는데, 대부분 사업 개요 정도만 읽어보고선 PBR이나 ROE같은 투자지표와 영업이익 증가율만 확인하고 넘어가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재무제표를 통해서 기업의 현황을 이해하고 해석하기엔 모르는게 너무 많았던거지요. 그래서 회계를 공부하면 기업을 보는 눈이 정확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더해서,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니, 대학을 붙었다는 행복감보다 허탈감이 더 크게 왔습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안하는 것에서 오는 무기력감 같은게 오더군요. 제가 잘 못 노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은데, 워커홀릭 증세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능력을 증명하려 하다보니깐 단기간에 딸 수 있는 회계관리 2급 자격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플러스 요소라고 한다면, 공군에서 특기 배정을 할때 회계관리나 재경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 회계나 총무 쪽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제 내근직도 더 이상 꿀보직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헌급방보다는 훨씬 나을테니 일단 군 문제의 리스크를 헷지하는 차원에서라도 한번 준비해보기로 했습니다.

시험 공부
   

처음에는 회계원리 교재부터 사놓고 공부하다가, 12월 말부터 에듀윌 인강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강의료가 3개월에 7만원 정도인데, 90% 이상 수강 이후에도 불합격하면 다음 시험까지 강의를 연장해서 들을 수 있어서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번에 붙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사실 저는 주식 투자를 하면서 재무제표를 대략 읽을줄은 알던지라 초반에 개념을 잡는건 쉬웠습니다. 물론 그건 시작일 뿐이고, 분개부터는 순전히 반복적인 학습과 암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거래의 8요소를 완전히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어느 계정항목이 차변 또는 대변으로 가야하는지 알아야만 분개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지요. 결국에는 모든 계정항목의 특성을 암기해서 분개를 할때 정확히 적용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케 하는건 반복적인 기출문제 분개 연습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분개에서 재고자산의 평가 부분에서 감모손실이나 평가손실환입을 하는 부분과 대손상각비를 설정하는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깎는 부분이 어려웠는데, 이것도 몇번 샘플 문제를 풀어보니 감이 잡혔습니다.

더해서, 각각의 회계 용어들도 많이 암기해둬야 합니다. 항상 기출문제에 재고자산의 단가 계산이 출제가 되는데, 선입산출이나 후입산출법 같은 용어의 뜻을 모르면 계산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외에도 미착상품, 시송품, 적송품 같이 재고자산의 종류도 자주 나옵니다. 물론 이것도 몇번 보고나니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위에 말한 것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했냐고 묻는다면, 그랬을리가 없지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번 책에 끄적이다가 잤습니다. 결국에 시험 전날까지 결산 마무리 부분을 진도를 빼고선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시험 후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가지 헷갈리는 문제들 이외에는 난이도는 평이했습니다.
회계관리 2급은 40문제 4지선다형에 시험 응시시간은 50분이고, 70점을 넘기면 합격입니다. 백석예대에서 시험을 봤는데, 시설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시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초반에는 기출문제에 나온 문제 유형들이 그대로 출제되서 많이 놀랐습니다. 특히 재고자산 단가 산출법은 매년 출제가 되더니, 올해도 선입산출법으로 방식만 바꿔서 물어봤습니다. 다른 문제들도 분개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풀 수 있었던 문제였습니다.

다만, 많이 어려웠던 문제도 몇개 있었습니다. 대부분 자본 부분에서 출제가 됬는데, 신주발행비의 차감 방식이나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현금 배당을 할때 분개하는 방법과 같은 부분에서 많이 헷갈렸습니다. 그리고 자산의 감가상각에서 정률법으로 감가상각하는 문제가 나와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시험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었고, 문제 수가 많아서 배점이 작아 합격은 확정짓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란게 시험을 치고나니 불안한건 사실인지라, 결과를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험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회계에 관한 지식들은 실시간으로 삭제됬습니다. 지금은 이제 계정항목들도 몇개 기억이 안나고, 거래의 8요소조차도 가끔 차대변이 헷갈립니다.

시험 결과

다행히 예상대로 합격을 했습니다. 졸업식날 광림교회 벤치에 앉아서 연사 듣는동안 결과를 확인했는데, 졸업하는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무언가를 합격하는건 별것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모의고사 풀때는 서너문제 밖에 안틀렸었는데, 이번에는 여섯 문제 정도를 틀려서 총 85점을 받았습니다.

만약 회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3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자격증입니다. 회계원리를 바탕으로 시험을 보는 만큼, 회계에 첫 입문을 하기 좋은 방법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제 회계 자격증을 하나 처음으로 땄는데, 중급이나 고급회계를 공부해서 회계관리 1급과 재경관리사를 자격증을 따야할지는 고민입니다. 회계를 공부하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이게 과연 제 길인가는 아직 고민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일단 보류해두고, 외환전문역 1종이나 US Enrolled Agent 같은 자격증들도 알아보면서 제 관심사를 찾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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