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낙관적 허무주의(Optimistic Nihilism)

최근에 건강이 많이 안좋아지면서,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한가지가 바로 ‘존재론적 공포감(Existential Crisis)’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단어가 어렵지만, 존재론적 공포감은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 나는 죽으면 끝 아닌가? 그럼 대체 왜 사는거지?’ 정도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느정도 생각이 발달한 사람이라면 가지게 되는 의문인데, 심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자아내게 되죠. 그러던 중, 이러한 고민에 대한 독일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과학적 상식과 통찰에 대해서 다루는 유튜브 채널, Kurzgesagt에 좋은 영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가 위에 올려둔 영상을 먼저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영상은 제가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존재론적 공포감을 ‘낙관적 허무주의(Optimistic Nihilism)’의 가치체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낙관적 허무주의는 ‘인생의 의미는 허무한 만큼,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줄 일을 찾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찾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이성을 중시하는 제게 낙관적 허무주의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철학적인 견해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영상의 나레이션을 하나씩 분석해가보면서 제 생각을 더해보고자 합니다.

존재론적 공포감

수십만년 전, 우리는 자아를 가지게 되었고 지구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도와주는 태양과 먹고 마실 수 있는 존재들, 무언가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들도 있었고,
우리를 지켜보는 존재도 있다고 믿었습니다

인류는 지구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운이 좋게도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죠. 인류가 지적 능력을 갖춘 것이 대여과기(The Great Filter)를 지나쳤다는 증거로 이야기할 만큼,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처음 인류는 사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토테미즘을 신봉했었고, 그 이후에도 종교를 창시하면서 신이라는 우리보다 큰 존재가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 시대에는 그러한 존재만 바라보고 살면서 지구의 자원들을 향유하면 되었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주변 세상과 우리 자신에 대해 알게됩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우리를 비춰주는 태양은 우릴 도와주려고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고,
우주의 중심은 우리가 아니며, 우리는 우주의 극히 작고작은 조각이면서
또 우리가 살고있는 시간조차 수억년 전으로 남게될 역사의 일부라는것을 알게됐습니다.

저도 그렇듯, 지적인 성장을 지속하게 되면 자신의 주변환경에 대한 인지를 시작하게 됩니다. 내 주변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고, 통찰력을 얻게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사실들은 그다지 달갑지 않습니다. 인류도 자신들이 향유하고 있던 자원들은 자신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고, 자신들은 그저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라는걸 어느순간 깨닫게 되었겠죠. 그리고 이렇게 머무는 시간은 우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말 의미조차 없는 짧은 찰나의 순간일 뿐입니다.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생물학적 작용이 정지되고, 더이상 남아있지 않을때까지 분해됩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보거나 측정할수없는 어떤것이 우리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믿지만,
우리는 그 부분을 찾을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죽음과 우주에 대한 공포를 모두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존재하기전에 지나간 수십억년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사라지고 난 후인 수천 조년도 순식간에 지나갈것입니다.

눈을 감고 1을 세보세요.
그게 영원의 길이만큼의 느낌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종래에는 우주 자체도 사라질 것이고 그 어떤 것도 다시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뭐, 사람은 죽으면 끝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몇몇 종교에서는 영적인 부활과 같은 개념들을 떠들지만, 생물학적인 작용이 정지하면 인간의 생명이 끝난다는 점 이외에는 증명된 바가 없죠. 이러한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끼지만, 지구에 그저 들렸다 가는 존재로써 우리의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재빠르게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엔 우주도 수십억년 이후에는 열죽음을 맞이할테니, 우리에 대한 기억도 모두 사라지게 되겠죠.

 

낙관적 허무주의

우리는 지식을 쌓아갈때마다 존재론적 공포감을 유발합니다.
이런 공포는 낙관적 허무주의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우리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이 종말의 우울함을 덜어주진 못합니다.

우리의 지적 수준이 성장할 때마다 존재론적 공포감은 커져만 갑니다. 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록, 인간의 생물학적 작용의 종말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언젠가 우주가 열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 또한 말이죠. 결국 우리가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다는 거죠?
인생은 한번 뿐입니다.
이 말은 무섭지만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만약 우주가 열죽음으로 끝난다면 삶에서 받는 고통과 치욕은 모두 잊혀질것 입니다.
우리가 저지른 모든실수와 나쁜일 또한 무효가 될 것입니다.

그치만, 그 동시에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듭니다. 제가 지나가는 소리로 자주하는 말 중에 하나인데요. 인간에게 사는건 고통스럽고 죽는건 행복합니다. 그만큼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탈출구가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생의 시간동안 자유롭게 하고싶은 것들을 할 수 있죠.

만약 우리의 삶이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전부라면, 오직 그것만이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주 자체에 원칙이 없다면, 가장 의미있는 원칙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들입니다.
만약 우주에 아무런 목적이 없다면, 우리가 우주의 목적을 정합니다.

인간은 분명히 언젠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 주위의 세계를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느낍니다. 음식과 책, 일출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게 됩니다.
더욱이 우리가 이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꽤 놀랍습니다.

사건은 중립적이고 해석은 자율적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에 대한 해석은 우리가 결정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경험하면서 행복한 감정을 최대한 느끼는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겠지요. 물론, 인생을 살면서 좋은 경험만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나쁜 경험들에 대해서 우울감을 느끼기 보다는 해석을 달리할 수는 있겠죠. 누군가는 이것을 자기합리화라고 하지만, 저는 어느정도의 자기합리화는 자기 자신을 보듬고 자신의 자아와의 타협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 우리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깐요.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아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왜 우주의 법칙들이 그러한지,
어떻게 생명이 탄생했는지, 생명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의식이 무엇인지 혹은 우리가 우주에 홀로 있는 지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몇가지 해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가봐야 할 엄청난 양의 별들과, 치료해야 할 수많은 질병들이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누려야 할 행복한 감정들,
그리고 끝내야 할 컴퓨터 게임들이 남아 있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크게 와닿았습니다. 우리의 지식에는 미지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아직 우리는 연구해야할 과학적 지식들이 남아있고,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두려움을 정복하기에는 한참 많은 과제들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에게 성취감을 줄만한 대상들이 많이 남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화성을 정복할 수도 있고,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으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며, 하다못해 아직 즐기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는 아직 대학에 와서 연애도 못해봤는걸요. 아직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마무리 하자면, 아마도 여러분들은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이미 사용하셨을 겁니다.
인생을 단 한번만 살 수 있다면, 무미건조하거나 우울하게 살 이유가 없습니다.
더불어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만약 당신이 은하계의 인간 제국을 건설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당신을 기분좋게 해줄 일들을 해보세요.

이것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바로 당신이 결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을만한 일들을 하면서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게 운좋게 주어진 지적인 능력으로 과학적인 한계를 넘어 사람들이 기술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게 돕고싶습니다. 제가 엘론 머스크과 같은 혁신적인 과학자가 될 수는 없어도, 피터 틸과 같이 과학적 혁신을 지원하는 사업가는 될 수 있겠죠.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 자신과 환경에 의한 끝없는 부침을 느끼겠지만 무미건조함이나 우울감을 느끼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인생에는 종말점이 있고, 그 때까지 우울하게 지내기에는 할 일은 너무나도 많으니깐요. 제 기분을 좋게 할만한 일들을 할 생각입니다. 정말 제게 제 인생이 어떤 의미인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단상] 화웨이 포비아를 바라보는 관점

화웨이가 전세계적인 반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도입을 거부하고, 사람들은 화웨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기피합니다. 화웨이 포비아(Huawei-phobia)가 시작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개인적으로 화웨이에 관심이 많은 만큼, 화웨이 포비아의 원인과 화웨이 포비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적고, 해결책을 제시해보자 합니다.

화웨이의 정치적인 배경
먼저, 화웨이와 중국 정부 간의 관계가 화웨이 포비아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화웨이의 성장과정은 중국 공산당과 항상 함께 해왔습니다. 창립자인 런정페이는 인민해방군 장교였고, 퇴역 이후에 정부 관료들과 정격유착을 맺는 꽌시로 특혜를 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도 중국 정부의 무한한 지지를 얻으면서,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국영언론의 비호를 받고 있지요. 화웨이는 자사의 고도성장을 늑대경영 방식의 성과라 표현하는데, 글쎄요. 중화주의 중심의 국가주의에 수혜자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국익을 철저하게 대변합니다. 중국 내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금순공정이나 만리방화벽을 구축해줬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화웨이는 존립의 이유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에 끊임없는 충성을 보여 하는, 국영기업과 다름없으나 사기업의 형태를 가지는 특수한 구조의 회사입니다.

중국의 현지 법률은 이러한 중국 정부와 기업 간의 밀월관계를 유지할 것을 못박아 둡니다. 중국에는 국가정보법과 반간첩법이 국가의 정보업무에 협조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국가 정보공작에 기업의 협조를 강제하는 것은 국가의 부당한 권력행사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법률로써 강요합니다.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기업들은 자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부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그 대신,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개인과 조직은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이나 검열과 같은 정보공작을 저지르더라도, 이에 가담하면 이권을 보장해준다는 약속을 하는 대목입니다. 화웨이도 여기에 포함되어, 실제 다양한 중국 정부의 공작활동을 조력하고 보호를 받았습니다. 최근에 폴란드에서 통신사를 통해 화웨이 직원이 EU 관련 기밀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되자, 중국 정부가 외교전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호해줬던 사건이 대표적이라 볼 수 있겠네요.

모든 조직과 시민들은 법률에 따라 국가 정보 작업을 지원하고 협조하고 협력해야 하며, 국가 정보 업무의 비밀을 대중에게 알려선 안된다. 국가는 국가 정보 작업을 지원 및 협력하는 개인 및 조직을 보호한다.
任何组织和公民都应当依法支持、协助和配合国家情报工作,保守所知悉的国家情报工作秘密。国家对支持、协助和配合国家情报工作的个人和组织给予保护。

–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정보법

국가안전기관이 관련 간첩 행위의 정황을 조사하여 이해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할 때, 관련조직과 개인은 마땅히 사실대로 제공해야 하고, 거절해서는 안 된다.
在国家安全机关调查了解有关间谍行为的情况、收集有关证据时,有关组织和个人应当如实提供,不得拒绝

–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

정부와 기업 간의 이러한 밀월관계는 IT기업에게는 치명적입니다. IT기업의 특성상,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고객의 민감한 디지털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애플이 FBI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iOS에 백도어 설치할 것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IT기업들의 자사의 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필요 이상의 관계를 맺으며 고객의 디지털 정보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합니다. 정부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면서, 고객의 디지털 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화웨이 관한 기피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웨이의 기술적인 보안 문제
화웨이 포비아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불신에서도 생겨납니다. 제가 인터넷 트래픽 기술을 잘 알지 못하지만, 화웨이의 기술 중에 의심되는 것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화웨이가 홍보하는 통신장비 기술 중에서 ‘Traffic cleaning solution’이라는 네트워크 공격 대응 솔루션이 있습니다. IDC나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등에 들어오는 공격을 라우터나 스위치의 DPI(심층 패킷 검사)를 통해서 걸러내는 기술입니다. 네트워크 보안에 필수적인 방화벽 기술이고, 시스코나 에릭슨 장비들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화웨이’의 장비가 패킷 정보를 심층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 백도어까지 열어 중국 정부로 보내진다면, 더욱 심각한 보안 위협이 되겠지요. DPI 검사와 관련한 부분은 화웨이 보안 이슈 중에 극히 일부분 뿐이고, 이 이외에도 수많은 기술적인 논란들이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는 화웨이에 대한 신뢰의 정도에 관한 영역입니다. 화웨이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기업인 만큼, 보안 수준에 미달하는 장비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국 NCSC(국가 사이버 안전센터)도 최근에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검사한 결과, 보안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스페인에서도 보안 인증 중 하나인 CC 인증을 받았지요. 하지만 화웨이의 기술 악용 가능성에 대해 심증으로는 불안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얼마나 화웨이의 기술력을 믿고 쓰는가에 달려있는 부분입니다.

화웨이 포비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관점과 해결책
저는 화웨이 포비아를 화웨이가 자초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웨이를 향한 논란들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이에 대해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습니다. 중국 정부와의 밀월관계에 대해서도 답변을 회피하고, 기술적인 보안 취약점에 대해서도 실수라는 표현으로 넘어갔지요. 그러나, 기술력 대비 뛰어난 가성비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도 전세계적인 반발에 부딪히고 고객들의 신뢰를 져버린 이상, 이제부터는 입지가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화웨이의 명줄을 끊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CFO이자 창립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의 체포, 중국 통신기업에 미국산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통신 거부 명령 시행령 발동, 화웨이 통신장비 수입 금지 및 우방국 압박 등이 포함되어 있지요. 미국 주도로 화웨이 포비아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화웨이도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몇가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의 최우방국인 영국과 뉴질랜드가 화웨이 포비아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으로 구성된 안보 동맹체인 Five eyes를 와해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국내에도 LG U+의 5G 통신장비 도입 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해서, 2018년 5G 통신장비의 전체 출하량인 10,000대 중에 5,500를 한국에 수출하는 성과도 얻었습니다. 화웨이를 향한 여론도 만들어내기 위해서, 런정페이 회장까지 나서서 ‘중국 정부에 정보공개 요구를 거절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공식석상에 잘 드러나지 않던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화웨이가 직면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볼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화웨이 포비아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객들의 신뢰부터 재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화웨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때문이었지만, 화웨이를 향한 불신은 모든 장점을 상쇄할만큼 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의 연계성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개적인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화웨이의 IPO(주식 공개 상장)입니다. 무슨 IPO인가 싶겠지만, IPO를 통한 기업의 정보자료 공시와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화웨이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화웨이 측은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98%를 직원들이 나눠갖는 우리사주제도를 통해 직원 중심의 경영을 유지한다는 것이 명분인데, 이 주식들은 의결권이 없다는게 함정입니다.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대신하는 배당의 개념일 뿐인 것이지요. 그러니, 실질적으로는 폐쇄적인 이사회가 화웨이의 경영을 이끌면서 주식 상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천명하는 것입니다.

IPO를 진행하게 되면, 화웨이 측은 투자자들을 위해 경영에 관한 사실을 공시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유입되어, 화웨이의 경영 활동을 감시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경영 투명성을 재고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화웨이와 같은 집단이 IPO를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껄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인들이 글로벌 IT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중국 정부와의 밀월관계를 청산하여 고객들의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화웨이가 정상화되어, 고객들이 화웨이의 뛰어난 기술력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