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리타 : 배틀 엔젤(Alita : Battle Angel)

알리타-배틀 엔젤

오늘 CGV에서 다시 영화를 봤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사이버 펑크 SF 만화인 <총몽(銃)>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 <알리타 : 배틀 엔젤>입니다. 사실 저는 Z세대이다 보니, 일상에서 일본 만화를 자주 접하지는 않은지라 내용은 모르고 영화부터 접하게 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별 생각없이 봤는데, 보고나서 재미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알리타 : 배틀 엔젤>은 300년 전 대추락 이후 생존한 하늘도시인 ‘자렘’과 거기서 남은 쓰레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고철도시’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알리타는 고철도시에서 폐기된 사이보그 상태로 잠들어 있다 건져져서, 자신의 원래 정체성을 차츰 알아가게 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사이보그의 정의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하고, 자렘을 향한 고철도시의 인간들의 부조리함도 비추면서 영화가 흘러갑니다.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알리타처럼 무엇이 인간이고 사이보그인지 경계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간과 사이보그를 나누는 기준이 ‘신체가 로봇으로 대체된 정도’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과연 어느정도 신체를 고철덩이로 개조를 해야 사이보그라고 불리는걸까요? 그건 다들 생각하기 나름이고, 특별히 수치화하기 힘든 영역이겠지요. 하지만, 그전에 인간에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사이보그라 부르기 힘든 경계선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영화에서 알리타가 자신이 사랑과 애정이라는 감정을 가지면서 인간의 일부를 느끼는 것 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영화에서 알리타를 표현한 그래픽의 정교함도 놀라웠습니다. 알리타는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인데도 현실세계의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분명 알리타의 눈은 비정상적으로 큰데다 신체 움직임도 비정상적이었는데 말이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극복했는가’에 대해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대체 이런 렌더링은 누가 어떻게 하는건지, VFX 기술을 뒷받침하는 개발자들과 알고리즘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Nvidia나 AMD에 찾아가야 볼 수 있는걸까요. 지금도 궁금합니다.

처음 <알리타 : 배틀 엔젤>을 접했을 때는 그저그런 사이버 펑크 SF물일 줄 알고 안볼려 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개강 전에 할 짓이 없어서 LG U+에서 한달에 한번 던져주는 무료 영화 티켓으로 끊어본 영화입니다. 그만큼 포스터도 유치해보이고 내용도 알만할 것 같아서, 별 기대를 안했다는 얘기겠지요. 근데 예상하고는 다르게, 그래픽도 뛰어나고 철학적인 내용도 담겨있는걸 보고는 만화 원작을 찾아보게 만드네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역작이라고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은 <캡틴 마블>에 밀려서 더 이상 영화관 상영을 안할 것 같고, 나중에 VOD로 발매되거나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봐도 좋을 영화입니다.

[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映画 夜空はいつでも最高密度の青色だ)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정말 오랜만에 일본 영화를 봤습니다. 동네 CGV에서 독특한 독립영화를 틀어주길래, 한번 호기심에 보게 됬네요. 새로운 분위기의 영화가 보고싶다면, 한번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불안과 절망감에 관한 영화입니다. 도쿄는 시끄럽고 어지러운 도시가 되어, 도시의 젊은 층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어둡고 우울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암울한 도쿄에서 살아가는 두 남녀의 얘기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신지는 한쪽 눈이 안보이는 청년으로, 공사판의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합니다. 미카는 낮에는 간호사, 밤에는 걸스바에서 일하는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사회의 이면을 마주하면서 절망하지만, 둘을 만나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희망을 얻습니다.

영화에서의 영상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쿄의 야경과 소음을 화려하게 보여주면서, 그 아래에 내면 깊이 숨어있는 사람들의 ‘짙은 블루’ 색의 불안함과 우울함을 도시가 잡아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이 안보이는 신지가 바라보는 세상은 스크린 반쪽이 가려진 것으로 표현됩니다. 파란 하늘도 반쪽, 공사판도 반쪽, 모든 세상이 반쪽밖에 안보이는 답답함을 보여줍니다. 영상에서의 표현으로 도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전달하려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일본의 사회적인 소재들을 다루는 것도 새로웠습니다. 신지가 일하는 공사판은 2020 도쿄 올림픽 건설현장이고, 동료는 과로사하며, 옆집 노인은 고독사하고 맙니다. 미카도 마찬가지라, 간호사로써 매일 죽음을 접하고, 걸스바에서 일본의 밤문화에 톱니바퀴가 되어 일하면서, 방사능이나 지진과 같은 재해에 의한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모두 일본의 젊은 층이라면 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회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들도 많습니다. 영화 내내 절망적인 상황을 여러개 이어서 스토리를 이어나가려 하다보니, 나중에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절망적인 삶을 산다는걸 1시간동안 소개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영화답게, 마지막에는 ‘그래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져줍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나 영화가 해피 엔딩으로 안끝나면 검열당하기라도 하는걸까요. 마치 ‘도쿄 생활이 너무 힘들어…’가 계속 이어져오다가, 신지와 미카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반전되어 ‘그래도 살아야지!’로 전환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통해 일본 사회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네요. 동네 CGV에서 독립영화들을 많이 틀어주는 것 같던데, 다음에도 일본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으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책]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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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스타트업을 창업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아니, 다들 한번씩은 자기 사업을 차려보는 꿈을 가져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직의 리더가 되어,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일생의 기회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꿈만 꾸거나 참담할 정도로 실패하고선 빚을 얻고 끝내는게 대부분이지요. 물론 나만큼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만, 다들 그렇게 망상하면서 행복회로를 돌리다 망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역량과 성격을 생각해보면 실패할듯 싶고 그렇습니다. 정말 해보고는 싶지만 실패가 두려워 물러나는 것이 스타트업입니다.

그런 스타트업 업계에서 장병규 의장은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밟고선, 네오위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대박신화를 이끌어왔다. 그 결실이 바로 블루홀 스튜디오의 PUBG, 우리가 아는 배틀그라운드입니다. 그 덕에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위원장 자리까지 맡게 되었지요. 물론 4차위가 유명무실한 기관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건 논외로 둡니다.

책에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부터 장병규 의장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특히 기존에 실리콘벨리에 맞춰져있던 <린 스타트업>같은 스타트업 기본서에서 벗어나,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그려낸 것이 특징이지요. 그 중 가장 인상적인건 스타트업의 세가지 역설적인 진실을 논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먼저, 스타트업의 성공은 비정형적입니다.
사람들은 스타트업의 성공 비법을 찾아나서지만, 정작 그런 성공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그저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성공 방식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사후적인 해석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장병규 의장에 말을 빌리자면, 스타트업은 ‘저마다의 스토리에 따라서 성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각자의 비전을 가지고 알아서 살아남는걸 강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각자도생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입니다.
스타트업의 성패도 정규분포를 따르는데, 약 20% 정도만 그럭저럭 성공하고 1%만이 초대박을 누립니다. 학교 등급으로 치면 3등급 안에 들어야 본전이고, 전교 1~3등해야 전설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심지어 하위 10%는 심한 실패를 하는데, 연대보증으로 대표가 파산하거나 재기불능으로 빠지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평균이 실패라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을 하지 말아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스타트업이 실패한다 해서 구성원의 인생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은 그 특수성 때문에, 단기간 내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여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정말 실패를 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망하더라도 ‘적당히’ 실패하고선 배운 지식으로 재도전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스타트업 창업자는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다양한 일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대부분 기존의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는게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도움이 되는게 현실입니다.새롭게 다가올 난관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런 길을 걸으면서, 창업 1~2년만에 사업계획 단계에서는 상상도 하지않은 일들을 한다고 합니다. 예시로, 쿠팡이 초기에 계획했던 소셜커머스와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것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다보면 성과가 나온다는게 장병규 의장의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할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조언들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하나씩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뛰어들 때, 기존의 성공 방식은 먹히지도 않고, 잘해봐야 본전이며, 하루하루 맞닥뜨린 일을 처리하다 시간을 보낼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듭니다. 한마디로 행복회로 돌릴때는 현실적인 위험들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행복회로를 돌리며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다시한번 고민의 기회를 주는 역할도 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그 행복회로를 돌리던 사람 중에 한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환상이 바로 깨지더군요. 정말 스타트업 창업이 뭔지 알게 되면서, 어떻게 접근해야되는지 더욱 신중한 마음을 가지게 됬습니다. 만약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거나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최소한 대학 교양수업으로 창업학 듣는 것보다 훨씬 도움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