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리타 : 배틀 엔젤(Alita : Battle Angel)

알리타-배틀 엔젤

오늘 CGV에서 다시 영화를 봤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사이버 펑크 SF 만화인 <총몽(銃)>을 원작으로 한 영화인 <알리타 : 배틀 엔젤>입니다. 사실 저는 Z세대이다 보니, 일상에서 일본 만화를 자주 접하지는 않은지라 내용은 모르고 영화부터 접하게 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별 생각없이 봤는데, 보고나서 재미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알리타 : 배틀 엔젤>은 300년 전 대추락 이후 생존한 하늘도시인 ‘자렘’과 거기서 남은 쓰레기들이 모여 만들어진 ‘고철도시’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알리타는 고철도시에서 폐기된 사이보그 상태로 잠들어 있다 건져져서, 자신의 원래 정체성을 차츰 알아가게 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사이보그의 정의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하고, 자렘을 향한 고철도시의 인간들의 부조리함도 비추면서 영화가 흘러갑니다.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알리타처럼 무엇이 인간이고 사이보그인지 경계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간과 사이보그를 나누는 기준이 ‘신체가 로봇으로 대체된 정도’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과연 어느정도 신체를 고철덩이로 개조를 해야 사이보그라고 불리는걸까요? 그건 다들 생각하기 나름이고, 특별히 수치화하기 힘든 영역이겠지요. 하지만, 그전에 인간에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사이보그라 부르기 힘든 경계선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영화에서 알리타가 자신이 사랑과 애정이라는 감정을 가지면서 인간의 일부를 느끼는 것 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영화에서 알리타를 표현한 그래픽의 정교함도 놀라웠습니다. 알리타는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인데도 현실세계의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분명 알리타의 눈은 비정상적으로 큰데다 신체 움직임도 비정상적이었는데 말이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극복했는가’에 대해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대체 이런 렌더링은 누가 어떻게 하는건지, VFX 기술을 뒷받침하는 개발자들과 알고리즘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Nvidia나 AMD에 찾아가야 볼 수 있는걸까요. 지금도 궁금합니다.

처음 <알리타 : 배틀 엔젤>을 접했을 때는 그저그런 사이버 펑크 SF물일 줄 알고 안볼려 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개강 전에 할 짓이 없어서 LG U+에서 한달에 한번 던져주는 무료 영화 티켓으로 끊어본 영화입니다. 그만큼 포스터도 유치해보이고 내용도 알만할 것 같아서, 별 기대를 안했다는 얘기겠지요. 근데 예상하고는 다르게, 그래픽도 뛰어나고 철학적인 내용도 담겨있는걸 보고는 만화 원작을 찾아보게 만드네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역작이라고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은 <캡틴 마블>에 밀려서 더 이상 영화관 상영을 안할 것 같고, 나중에 VOD로 발매되거나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봐도 좋을 영화입니다.

[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映画 夜空はいつでも最高密度の青色だ)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정말 오랜만에 일본 영화를 봤습니다. 동네 CGV에서 독특한 독립영화를 틀어주길래, 한번 호기심에 보게 됬네요. 새로운 분위기의 영화가 보고싶다면, 한번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불안과 절망감에 관한 영화입니다. 도쿄는 시끄럽고 어지러운 도시가 되어, 도시의 젊은 층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어둡고 우울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암울한 도쿄에서 살아가는 두 남녀의 얘기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신지는 한쪽 눈이 안보이는 청년으로, 공사판의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합니다. 미카는 낮에는 간호사, 밤에는 걸스바에서 일하는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사회의 이면을 마주하면서 절망하지만, 둘을 만나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희망을 얻습니다.

영화에서의 영상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도쿄의 야경과 소음을 화려하게 보여주면서, 그 아래에 내면 깊이 숨어있는 사람들의 ‘짙은 블루’ 색의 불안함과 우울함을 도시가 잡아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이 안보이는 신지가 바라보는 세상은 스크린 반쪽이 가려진 것으로 표현됩니다. 파란 하늘도 반쪽, 공사판도 반쪽, 모든 세상이 반쪽밖에 안보이는 답답함을 보여줍니다. 영상에서의 표현으로 도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전달하려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일본의 사회적인 소재들을 다루는 것도 새로웠습니다. 신지가 일하는 공사판은 2020 도쿄 올림픽 건설현장이고, 동료는 과로사하며, 옆집 노인은 고독사하고 맙니다. 미카도 마찬가지라, 간호사로써 매일 죽음을 접하고, 걸스바에서 일본의 밤문화에 톱니바퀴가 되어 일하면서, 방사능이나 지진과 같은 재해에 의한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모두 일본의 젊은 층이라면 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회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들도 많습니다. 영화 내내 절망적인 상황을 여러개 이어서 스토리를 이어나가려 하다보니, 나중에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절망적인 삶을 산다는걸 1시간동안 소개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영화답게, 마지막에는 ‘그래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던져줍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나 영화가 해피 엔딩으로 안끝나면 검열당하기라도 하는걸까요. 마치 ‘도쿄 생활이 너무 힘들어…’가 계속 이어져오다가, 신지와 미카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반전되어 ‘그래도 살아야지!’로 전환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통해 일본 사회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네요. 동네 CGV에서 독립영화들을 많이 틀어주는 것 같던데, 다음에도 일본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으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사회] 화웨이 포비아를 바라보는 관점

화웨이가 전세계적인 반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도입을 거부하고, 사람들은 화웨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기피합니다. 화웨이 포비아(Huawei-phobia)가 시작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개인적으로 화웨이에 관심이 많은 만큼, 화웨이 포비아의 원인과 화웨이 포비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을 적고, 해결책을 제시해보자 합니다.

화웨이의 정치적인 배경
먼저, 화웨이와 중국 정부 간의 관계가 화웨이 포비아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화웨이의 성장과정은 중국 공산당과 항상 함께 해왔습니다. 창립자인 런정페이는 인민해방군 장교였고, 퇴역 이후에 정부 관료들과 정격유착을 맺는 꽌시로 특혜를 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도 중국 정부의 무한한 지지를 얻으면서,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국영언론의 비호를 받고 있지요. 화웨이는 자사의 고도성장을 늑대경영 방식의 성과라 표현하는데, 글쎄요. 중화주의 중심의 국가주의에 수혜자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국익을 철저하게 대변합니다. 중국 내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금순공정이나 만리방화벽을 구축해줬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화웨이는 존립의 이유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에 끊임없는 충성을 보여 하는, 국영기업과 다름없으나 사기업의 형태를 가지는 특수한 구조의 회사입니다.

중국의 현지 법률은 이러한 중국 정부와 기업 간의 밀월관계를 유지할 것을 못박아 둡니다. 중국에는 국가정보법과 반간첩법이 국가의 정보업무에 협조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국가 정보공작에 기업의 협조를 강제하는 것은 국가의 부당한 권력행사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법률로써 강요합니다.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기업들은 자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부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그 대신,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개인과 조직은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이나 검열과 같은 정보공작을 저지르더라도, 이에 가담하면 이권을 보장해준다는 약속을 하는 대목입니다. 화웨이도 여기에 포함되어, 실제 다양한 중국 정부의 공작활동을 조력하고 보호를 받았습니다. 최근에 폴란드에서 통신사를 통해 화웨이 직원이 EU 관련 기밀자료를 유출하려다 적발되자, 중국 정부가 외교전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호해줬던 사건이 대표적이라 볼 수 있겠네요.

모든 조직과 시민들은 법률에 따라 국가 정보 작업을 지원하고 협조하고 협력해야 하며, 국가 정보 업무의 비밀을 대중에게 알려선 안된다. 국가는 국가 정보 작업을 지원 및 협력하는 개인 및 조직을 보호한다.
任何组织和公民都应当依法支持、协助和配合国家情报工作,保守所知悉的国家情报工作秘密。国家对支持、协助和配合国家情报工作的个人和组织给予保护。

–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정보법

국가안전기관이 관련 간첩 행위의 정황을 조사하여 이해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할 때, 관련조직과 개인은 마땅히 사실대로 제공해야 하고, 거절해서는 안 된다.
在国家安全机关调查了解有关间谍行为的情况、收集有关证据时,有关组织和个人应当如实提供,不得拒绝

– 중화인민공화국 반간첩법

정부와 기업 간의 이러한 밀월관계는 IT기업에게는 치명적입니다. IT기업의 특성상,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고객의 민감한 디지털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애플이 FBI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iOS에 백도어 설치할 것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IT기업들의 자사의 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필요 이상의 관계를 맺으며 고객의 디지털 정보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합니다. 정부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면서, 고객의 디지털 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화웨이 관한 기피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웨이의 기술적인 보안 문제
화웨이 포비아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불신에서도 생겨납니다. 제가 인터넷 트래픽 기술을 잘 알지 못하지만, 화웨이의 기술 중에 의심되는 것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화웨이가 홍보하는 통신장비 기술 중에서 ‘Traffic cleaning solution’이라는 네트워크 공격 대응 솔루션이 있습니다. IDC나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등에 들어오는 공격을 라우터나 스위치의 DPI(심층 패킷 검사)를 통해서 걸러내는 기술입니다. 네트워크 보안에 필수적인 방화벽 기술이고, 시스코나 에릭슨 장비들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화웨이’의 장비가 패킷 정보를 심층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 백도어까지 열어 중국 정부로 보내진다면, 더욱 심각한 보안 위협이 되겠지요. DPI 검사와 관련한 부분은 화웨이 보안 이슈 중에 극히 일부분 뿐이고, 이 이외에도 수많은 기술적인 논란들이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는 화웨이에 대한 신뢰의 정도에 관한 영역입니다. 화웨이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기업인 만큼, 보안 수준에 미달하는 장비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국 NCSC(국가 사이버 안전센터)도 최근에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검사한 결과, 보안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스페인에서도 보안 인증 중 하나인 CC 인증을 받았지요. 하지만 화웨이의 기술 악용 가능성에 대해 심증으로는 불안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얼마나 화웨이의 기술력을 믿고 쓰는가에 달려있는 부분입니다.

화웨이 포비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관점과 해결책
저는 화웨이 포비아를 화웨이가 자초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웨이를 향한 논란들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이에 대해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습니다. 중국 정부와의 밀월관계에 대해서도 답변을 회피하고, 기술적인 보안 취약점에 대해서도 실수라는 표현으로 넘어갔지요. 그러나, 기술력 대비 뛰어난 가성비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도 전세계적인 반발에 부딪히고 고객들의 신뢰를 져버린 이상, 이제부터는 입지가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화웨이의 명줄을 끊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CFO이자 창립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의 체포, 중국 통신기업에 미국산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통신 거부 명령 시행령 발동, 화웨이 통신장비 수입 금지 및 우방국 압박 등이 포함되어 있지요. 미국 주도로 화웨이 포비아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화웨이도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몇가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의 최우방국인 영국과 뉴질랜드가 화웨이 포비아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으로 구성된 안보 동맹체인 Five eyes를 와해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국내에도 LG U+의 5G 통신장비 도입 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해서, 2018년 5G 통신장비의 전체 출하량인 10,000대 중에 5,500를 한국에 수출하는 성과도 얻었습니다. 화웨이를 향한 여론도 만들어내기 위해서, 런정페이 회장까지 나서서 ‘중국 정부에 정보공개 요구를 거절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공식석상에 잘 드러나지 않던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화웨이가 직면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볼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화웨이 포비아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객들의 신뢰부터 재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화웨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때문이었지만, 화웨이를 향한 불신은 모든 장점을 상쇄할만큼 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의 연계성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개적인 증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화웨이의 IPO(주식 공개 상장)입니다. 무슨 IPO인가 싶겠지만, IPO를 통한 기업의 정보자료 공시와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화웨이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화웨이 측은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98%를 직원들이 나눠갖는 우리사주제도를 통해 직원 중심의 경영을 유지한다는 것이 명분인데, 이 주식들은 의결권이 없다는게 함정입니다.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대신하는 배당의 개념일 뿐인 것이지요. 그러니, 실질적으로는 폐쇄적인 이사회가 화웨이의 경영을 이끌면서 주식 상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천명하는 것입니다.

IPO를 진행하게 되면, 화웨이 측은 투자자들을 위해 경영에 관한 사실을 공시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유입되어, 화웨이의 경영 활동을 감시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경영 투명성을 재고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화웨이와 같은 집단이 IPO를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껄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인들이 글로벌 IT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중국 정부와의 밀월관계를 청산하여 고객들의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화웨이가 정상화되어, 고객들이 화웨이의 뛰어난 기술력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단상] 회계관리 2급 후기

회계관리 2급을 치른지 한달이 지나서야 시험 후기를 올려봅니다. 삼일회계법인이 주최한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시험으로, 재경분야의 실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시험이라 하네요. 사실 그런거 없고, 회계원리 이해도 측정 시험 정도의 수준입니다.

준비했는가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수많은 사업보고서를 접하게 되는데, 대부분 사업 개요 정도만 읽어보고선 PBR이나 ROE같은 투자지표의 정량적인 수치만 확인하고 넘어가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재무제표를 통해서 기업의 현황을 이해하고 해석하기엔 모르는게 너무 많았던거지요. 그래서 회계를 공부하면 기업을 보는 눈이 정확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더해서,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니, 대학을 붙었다는 행복감보다 허탈감이 더 크게 왔습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안하는 것에서 오는 무기력감 같은게 오더라구요. 제가 잘 못 노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은데, 워커홀릭 증세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능력을 증명하려 하다보니깐 단기간에 딸 수 있는 회계관리 2급 자격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플러스 요소라고 한다면, 공군에서 특기 배정을 할때 회계관리나 재경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 회계나 총무 쪽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제 내근직도 더 이상 꿀보직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헌급방보다는 훨씬 나을테니 일단 군 문제의 리스크를 헷지하는 차원에서라도 한번 준비해보기로 했습니다.

시험 공부
   

처음에는 회계원리 교재부터 사놓고 공부하다가, 12월 말부터 에듀윌 인강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강의료가 3개월에 7만원 정도인데, 90% 이상 수강 이후에도 불합격하면 다음 시험까지 강의를 연장해서 들을 수 있어서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번에 붙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사실 저는 주식 투자를 하면서 재무제표를 대략 읽을줄은 알던지라 초반에 개념을 잡는건 쉬웠습니다. 물론 그건 시작일 뿐이고, 분개부터는 순전히 반복적인 학습과 암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거래의 8요소를 완전히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어느 계정항목이 차변 또는 대변으로 가야하는지 알아야만 분개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지요. 결국에는 모든 계정항목의 특성을 암기해서 분개를 할때 정확히 적용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케 하는건 반복적인 기출문제 분개 연습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분개에서 재고자산의 평가 부분에서 감모손실이나 평가손실환입을 하는 부분과 대손상각비를 설정하는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공정가치로 평가해서 깎는 부분이 어려웠는데, 이것도 몇번 샘플 문제를 풀어보니 감이 잡혔습니다.

더해서, 각각의 회계 용어들도 많이 암기해둬야 합니다. 항상 기출문제에 재고자산의 단가 계산이 출제가 되는데, 선입산출이나 후입산출법 같은 용어의 뜻을 모르면 계산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외에도 미착상품, 시송품, 적송품 같이 재고자산의 종류도 자주 나옵니다. 물론 이것도 몇번 보고나니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위에 말한 것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했냐고 묻는다면, 그랬을리가 없지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번 책에 끄적이다가 잤습니다. 결국에 시험 전날까지 결산 마무리 부분을 진도를 빼고선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시험 후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가지 헷갈리는 문제들 이외에는 난이도는 평이했습니다.
회계관리 2급은 40문제 4지선다형에 시험 응시시간은 50분이고, 70점을 넘기면 합격입니다. 백석예대에서 시험을 봤는데, 시설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시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초반에는 기출문제에 나온 문제 유형들이 그대로 출제되서 많이 놀랐습니다. 특히 재고자산 단가 산출법은 매년 출제가 되더니, 올해도 선입산출법으로 방식만 바꿔서 물어봤습니다. 다른 문제들도 분개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풀 수 있었던 문제였습니다.

다만, 많이 어려웠던 문제도 몇개 있었습니다. 대부분 자본 부분에서 출제가 됬는데, 신주발행비의 차감 방식이나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현금 배당을 할때 분개하는 방법과 같은 부분에서 많이 헷갈렸습니다. 그리고 자산의 감가상각에서 정률법으로 감가상각하는 문제가 나와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시험 난이도는 어렵지 않은 편이었고, 문제 수가 많아서 배점이 작아 합격은 확정짓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란게 시험을 치고나니 불안한건 사실인지라, 결과를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험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회계에 관한 지식들은 실시간으로 삭제됬습니다. 지금은 이제 계정항목들도 몇개 기억이 안나고, 거래의 8요소조차도 가끔 차대변이 헷갈립니다.

시험 결과

다행히 예상대로 합격을 했습니다. 졸업식날 광림교회 벤치에 앉아서 연사 듣는동안 결과를 확인했는데, 졸업하는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무언가를 합격하는건 별것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모의고사 풀때는 서너문제 밖에 안틀렸었는데, 이번에는 여섯 문제 정도를 틀려서 총 85점을 받았습니다.

만약 회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3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해주고 싶은 자격증입니다. 회계원리를 바탕으로 시험을 보는 만큼, 회계에 첫 입문을 하기 좋은 방법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제 회계 자격증을 하나 처음으로 땄는데, 중급이나 고급회계를 공부해서 회계관리 1급과 재경관리사를 자격증을 따야할지는 고민입니다. 회계를 공부하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이게 과연 제 길인가는 아직 고민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일단 보류해두고, 외환전문역 1종이나 US Enrolled Agent 같은 자격증들도 알아보면서 제 관심사를 찾아볼 예정입니다.

[책]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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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스타트업을 창업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아니, 다들 한번씩은 자기 사업을 차려보는 꿈을 가져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조직의 리더가 되어,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일생의 기회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꿈만 꾸거나 참담할 정도로 실패하고선 빚을 얻고 끝내는게 대부분이지요. 물론 나만큼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만, 다들 그렇게 망상하면서 행복회로를 돌리다 망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역량과 성격을 생각해보면 실패할듯 싶고 그렇습니다. 정말 해보고는 싶지만 실패가 두려워 물러나는 것이 스타트업입니다.

그런 스타트업 업계에서 장병규 의장은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밟고선, 네오위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대박신화를 이끌어왔다. 그 결실이 바로 블루홀 스튜디오의 PUBG, 우리가 아는 배틀그라운드입니다. 그 덕에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위원장 자리까지 맡게 되었지요. 물론 4차위가 유명무실한 기관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건 논외로 둡니다.

책에서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부터 장병규 의장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특히 기존에 실리콘벨리에 맞춰져있던 <린 스타트업>같은 스타트업 기본서에서 벗어나,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그려낸 것이 특징이지요. 그 중 가장 인상적인건 스타트업의 세가지 역설적인 진실을 논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먼저, 스타트업의 성공은 비정형적입니다.
사람들은 스타트업의 성공 비법을 찾아나서지만, 정작 그런 성공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그저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성공 방식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사후적인 해석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장병규 의장에 말을 빌리자면, 스타트업은 ‘저마다의 스토리에 따라서 성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각자의 비전을 가지고 알아서 살아남는걸 강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각자도생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입니다.
스타트업의 성패도 정규분포를 따르는데, 약 20% 정도만 그럭저럭 성공하고 1%만이 초대박을 누립니다. 학교 등급으로 치면 3등급 안에 들어야 본전이고, 전교 1~3등해야 전설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심지어 하위 10%는 심한 실패를 하는데, 연대보증으로 대표가 파산하거나 재기불능으로 빠지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평균이 실패라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을 하지 말아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스타트업이 실패한다 해서 구성원의 인생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은 그 특수성 때문에, 단기간 내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여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정말 실패를 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망하더라도 ‘적당히’ 실패하고선 배운 지식으로 재도전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스타트업 창업자는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다양한 일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대부분 기존의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는게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도움이 되는게 현실입니다.새롭게 다가올 난관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런 길을 걸으면서, 창업 1~2년만에 사업계획 단계에서는 상상도 하지않은 일들을 한다고 합니다. 예시로, 쿠팡이 초기에 계획했던 소셜커머스와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것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다보면 성과가 나온다는게 장병규 의장의 이야기입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당연할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조언들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하나씩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뛰어들 때, 기존의 성공 방식은 먹히지도 않고, 잘해봐야 본전이며, 하루하루 맞닥뜨린 일을 처리하다 시간을 보낼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듭니다. 한마디로 행복회로 돌릴때는 현실적인 위험들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행복회로를 돌리며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다시한번 고민의 기회를 주는 역할도 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그 행복회로를 돌리던 사람 중에 한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환상이 바로 깨지더군요. 정말 스타트업 창업이 뭔지 알게 되면서, 어떻게 접근해야되는지 더욱 신중한 마음을 가지게 됬습니다. 만약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거나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최소한 대학 교양수업으로 창업학 듣는 것보다 훨씬 도움될 듯 싶네요.